윤성호 교수

획일보다 창의, 유행보다 정체성

고유의 예술 철학 간직한 실무형 인재 양성

윤성호 국민대학교 조형대학 공간디자인학과 주임교수

 

건축은 문명의 위대함을 가늠하는 척도인 동시에 새로운 건축 사조는 때로 역사의 거울이 아닌, 역사 자체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때문에 건축가들은 대중의 요구에 응답해야하는 의무와 함께, 본연의 철학과 예술관을 가지고 영겁의 생명을 지닌 작품을 만들어내 역사에 한 획을 긋길 소원한다. 특히 주거 건축은 유행과 예술철학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아야하는 분야로서, 윤성호 국민대학교 조형대학 공간디자인학과 주임교수는 한국과 미국에서 다양한 작품 활동과 실무경험을 쌓았으며 건축가이자 예술가로서 본인만의 길을 찾은 사례로서 차세대 건축가들과 학생들에게 훌륭한 롤모델이 되고 있다.

 

‘2016 국민대학교 조형전 : 디자인 잇다’ 성공리에 폐막

국민대학교 조형대학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수준을 갖추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일 것이다. 예술적 재능으로는 내로라하는 인재들이 모여 있는 이곳 조형대학에서는 4년에 한번씩 모든 학생들이 자신의 능력을 한껏 발휘하는 기회를 갖는데, 그것이 바로 ‘국민대학교 조형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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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분들의 관심 덕분에 국민대학교 조형전이 성공적으로 마무리 됐습니다. 지난 10월 19일부터 29일까지 11일간 열린 본 전시회는 조형대학이 4년여간 쌓아온 실력을 검증받는 기회라는 점에서 모든 교수님들과 학생들이 노력을 쏟는 행사입니다. 8개 학과가 ‘잇다’를 주제어로 작품들을 출품했고, 공간디자인학과의 경우에는 ‘스팟 잇다’를 주제어로 삼았습니다. 찰나의 순간과 장소 등 모든 것을 포괄하는 환경적 요소들을 새롭게 해석하고 재창조했습니다.”

윤성호 주임교수와 제자들은 평창동 지역에 깃든 문화·예술·자연의 풍부한 관계에 착안하여 전시를 구성했는데, 전시를 통해 관객은 형식과 장르를 넘어선 평창동만의 새로운 스팟의 창출, 그 스팟 간의 이음으로 새롭게 변화된 평창동에 관한 각양각색의 아이디어를 만날 수 있었다는게 학교 측의 소개다.

“‘사람과 사람이 마주치고 함께 하는 그 모든 순간, 그 모든 환경으로부터 공간디자인이 해야 할 고민이 시작됩니다. 공간디자인학과는 삶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을 새롭게 정의하고 만들어가죠. 지난 전시에 선보인 작품들은 공간디자인학과의 특화 프로그램인 디자인 워크숍 SPOT의 성과였습니다. SPOT은 일정 기간 학과 커리큘럼을 벗어나 새로운 발상과 창의적 실험을 통해 융합적이고 창의적인 역량을 높이기 위해 기획된 프로그램이죠.”

SPOT 전시회의 진정한 의미는 실용성에 있다. 구도심 평창동에 새롭게 활력을 불어넣고 지역 공무원과 포럼과 연계, 학교와 사회가 함께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가능성을 모색했기 때문이다. 24개 팀이 제각기 다른 아이디어를 짜내 단 5일간의 제작기간을 들여 빛나는 성과를 거둔 점이 매우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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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의 작품을 심사했던 종로구청 공공디자인팀 이현수 팀장은 “지금 당장 활용해도 좋을 정도로 창의적인 디자인이 많았다”며 “앞으로도 국민대의 강점인 ‘디자인’을 통해 지역사회와 연계할 수 있는 참신한 아이디어가 나왔으면 하는 바램”이라고 밝혔다. 또 평창문화포럼 이순종 이사장은 “평창동을 창의적으로 새롭게 디자인하여 지역사회와 연계했다는 점이 인상깊다”고 소감을 밝혔다.

 

졸업전시회 등 다양한 기회 통해 실무 능력과 예술성 ‘담금질’

전국의 모든 대학생들이 졸업을 기념하는 ‘무언가’를 만들어내느라 골머리를 앓기 마련인데, 국민대학교 공간디자인학과 학생들의 졸업 작품은 그 수준이 매우 높기로 유명하다. 작품을 지도하는 교수들이 제시하는 ‘실생활과 파인아트의 경계선을 넘나드는 비전’은 학생들로 하여금 건축설계를 단순한 상품이 아닌, ‘거주하는 사람들의 삶의 모양새를 새롭게 하는 주물’로 접근하도록 인도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금년 졸업 작품 도록을 보면, 기능성과 대중적 요구는 잠시 뒤로 물려두고, 학생들이 진지하게 본인의 가치관과 예술적 지향점을 고찰하고 이를 조형언어로서 창조해낸 작품들이 대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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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학과 졸업 작품은 모든 학생들이 두 개의 주제어로 각각 작업해야하기 때문에 스펙트럼 폭이 대단히 넓습니다. 매년 도록을 들여다보면 실내 조명, 가구에서부터 거대 시설물의 내부 구조에 이르기까지 담당교수님들의 지도와 학생들의 성향이 살아 숨 쉼을 경험합니다.”

윤성호 주임교수는 무엇보다 학생들의 잠재력을 극대화시키고, 이를 현실에 접목시키는데 주력한다. 다행스럽게도 모든 학생들이 윤성호 주임교수와 본 학과 교수들의 열정적인 지도를 잘 따라오고, 실제로 괄목할만한 작품들을 내놓기도 하지만 한 가지 안타까운 점이 있다고.

“공들여 키운 저희 학생들은 지금이라도 작품 활동을 주도할만한 잠재력과 열정을 두루 갖추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회에 진출하면 타교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동일선상에서 다시 시작해야하죠. 저도 한국과 미국에서 건축사로 활동하면서 이미 경험했던 일이고요. 일종의 현실과 이상의 괴리랄까요? 아이들도 저마다 재능에 걸맞는 욕심들을 가지고 있는데, 제가 경험한 현실은 냉정하고 엄혹하니까요. 또 단계가 정해져 있고요. 부디 지혜롭게 이를 극복하기를 바라고, 혹여 어려운 난관을 마주했을 때는 모교 교수에게 연락주면 도움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국민대학교 공간디자인학과 졸업생들은 현재 실내디자인, 건축디자인, 전시, 디스플레이, VMD(Visual Merchandising) 등 다양한 분야에 진출하고 있다고 한다. 건축과 공간디자인 분야 특성상 야근이 잦은 반면 보람은 대단히 큰 분야 들이라고.

“저와 교수님들 상당수가 현업에서 잔뼈가 굵은 건축사 혹은 디자이너 출신이십니다. 현재 건축 산업의 생생한 동향들을 학생들에게 알려주고 준비된 인재로 교육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국내 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활약할 수 있도록 해외에서 활동 중인 기존 졸업 선배와의 멘토링 인프라를 마련하려 합니다. 아울러 학생들에게도 해외 진출을 적극 권하고 있고요. 사실 국내보다 해외에서 건축의 가치에 합당한 대가가 보장되는 편이거든요. 꿈을 펼치고 건축 분야에서 승승장구하기를 바란다면 국내보다 해외 시장이 더 긍정적인게 사실입니다.”

 

학생들이 다양한 수업 통해 식견 넓히길
“커리큘럼 상호 개방 추진할 것”

이어 윤성호 주임교수는 현재 공간디자인학과의 학사제도를 타과와 협의하여 대폭 수정할 계획을 밝혔다. 건축은 종합예술이기에 공간디자인학과의 전공수업만으로는 넓은 식견을 갖춘 건축인재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제가 학부생 새내기이던 시절에 선배가 ‘넌 앞으로 무엇을 하고 싶냐’고 묻더군요. 그때 전 ‘당연히 건축을 할 것’이라고 답했어요. 건축에도 분야가 많고, 선배는 구체적으로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물었던 것인데 말이죠. 지금 신입생들도 저와 마찬가지에요. 막연히 디자인(건축) 을 하겠다는 생각은 있지만 구체적인 진로는 생각하지 않고 있죠. 그리고 제 경험상 진로는 ‘많이 부딪히고 깨지면서’ 결정하게 되더군요. 따라서 저희 학과들도 수업의 문호를 조금씩 낮추어서 조형대학 학생들이 서로 자유롭게 교류하면 다양한 경험을 하고, 본인의 진짜 잠재력을 발견하도록 유도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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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호 주임교수는 변하지 않으면 도태된다는 절박한 마음을 가지고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항상 더 능률적이고 효율적인 교수시스템을 개발하고 학사제도의 개선을 모색하는 진지한 모습을 지켜보면, 타교 조형대학이나 건축학과, 공간디자인학과 학생들보다 뛰어나고 깊은 실력을 갖춘 인재들을 육성하기 위한 큰 변화가 기대된다.

 

한국과 미국에서 다양한 작품 남겨

윤성호 주임교수는 홍익대학교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현대건설에서 8년간 근무하면서 한남동 하이페리온과 같은 고급 주거 공간을 디자인하며 실무 경험을 쌓았다고 한다. 하지만 삶의 공간을 창조해내기보다 ‘상품’의 개념으로 공간을 바라보는 국내 업계에 실망하고, 미국에서 활동하면서 진정한 건축가의 길을 모색하기로 마음먹게 됐다고.

우선 그는 미국 건축 문화의 기본부터 이해하기 위해 도미 후 다시 학생 신분으로 돌아갔고, 미국 코넬 대학교 (Cornell Univ, New York) 에서 M.A. (인테리어디자인) 를 이수했다. 이후 본격적으로 미국건축사 (AIA)와 친환경기술사 (LEED AP) 로서 국내외 다수의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특히 그는 멀티하우징 전문가로서 국내 현대건설 주택설계실과 미국 캘리포니아소재 TCA (Thomas P. Cox Architects, Irvine)에서 디자인 디렉터로 활동했다.

다수의 국내, 국제 설계 프로젝트에 참여, AIA Award (American Institute of Architects) , CNU Award (Congress for the New Urbanism), JDURC, PCBC (Pacific Coast Builder Conference), 한국건축문화대상 등을 수상하였다.

대표작품으로는 West Gate (Pasadena, CA) , Block D(Los Angels ,CA), SHADE (Phoenix, AZ), JDURC Affordable Housing(Jeddah, Saudi Arabia) 등이 있으며, 저서로는 The Multifamily Housing in Los Angeles /OC , Dwelling :Adaptive Reuse Residential Projects가 있다.

그는 미국에서 더 화려한 건축가로서 명성을 높일 수 있었음에도 후학을 양성하는 것에서 새로운 길을 보고 과감히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언젠가는 예술의 전당을 재설계하고 싶다’고 꿈꾸던 소년이 어느덧 국민대학교 조형대학 패컬티의 일원으로 자리매김했다. 굵직한 조형대 행사를 성공적으로 이끌고, 이제는 국민대학교 조형대학의 위상을 더욱 높이기 위해 여러 변화들을 모색하고 있다. 검증받은 실력과 자유로운 교육관, 미래지향적 비전으로 국민대학교 조형대학 공간디자인학과의 변화를 이끌고 있는 윤성호 교수의 앞으로 행보에 주목해본다.

이문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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