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점기 교수

세계 조선해양공학 최고 권위자

테일러 제독과 프루드 교수의 뒤를 잇다

백점기 교수 / 영국왕립조선학회 상임이사 / 미국조선해양공학회 부회장

 

범재凡才와 수재秀才는 포부의 차이에서 결정되며, 인생의 목표를 일신의 성공에 두는 자는 결코 세계를 품은 이와 경쟁할 수 없다. 그리고 역사는 사회와 인류의 발전을 위해 노력했던 이들, 개척자들을 기억한다. 기자는 2015년 새해, 백점기 부산대학교 해양공학과 교수 (선박해양플랜트기술연구원장, 로이드선급우수연구센터장)를 찾았다. 그는 영국왕립조선학회와 미국조선해양공학회를 이끄는 석학이자 당대 최고의 국제 선박·해양플랜트 안전 분야 권위자로서 ‘사회·국가·인류에 기여하는 연구’를 소신으로 삼고 지금까지 노력을 거듭해왔다.

백점기 교수(선박해양플랜트기술연구원장)는 활력 가득한 특유의 미소와 악수로 기자를 맞았다. 그가 데이비드 W. 테일러 메달 수상 직후 만났었으니, 만 1년을 채운 후 재회하는 것이다. 그간 백점기 교수에게는 많은 일들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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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왕립조선학회에서 백점기 교수를 기려 백점기 상 Jeom Kee Paik Prize을 제정했으며, 올해 윌리엄 프루드William Froude 메달의 주인공으로 선정됐다. 아울러 경남 하동군에 건립 중인 해양플랜트 종합시험연구원도 1단계 공사가 마무리되어 이제 구체적인 면모를 드러내고 있으니 연구와 인프라 설비 구축 양면에 걸쳐 괄목할 성과를 거둔 셈이다.

 

조선해양공학계 최고 권위자로 ‘우뚝’

백점기 교수는 2013년 미국 조선해양공학회 최고상인 데이비드 W. 테일러 메달을 수상하며 본격적으로 세계무대에 이름을 알린 바 있다. 그리고 금년에는 영국왕립조선학회의 윌리엄 프루드 메달 수상자로 확정되며 놀라운 성과를 얻었다.

역사상 데이비드 W. 테일러 메달과 윌리엄 프루드 메달을 모두 수상한 학자는 단 2명. 한명은 이미 작고한 영국의 더글라스 폴크너 교수이며, 또 다른 한명은 영국의 존 칼드웰 교수다.

“윌리엄 프루드는 프루드 수를 고안함으로써 선박설계 분야에 큰 족적을 남긴 세계적 공학자입니다. 영국왕립조선학회는 그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1955년 윌리엄 프루드 메달을 제정한 이후 지금까지 단 24명의 ‘영국인’ 과학자에게 영예를 허락했지요.”

높은 자존심과 순혈주의의 벽으로 인해 윌리엄 프루드 상은 그 어떤 국제 학술상보다 평가 잣대가 냉정하기로 유명하다. 후보자 추천에서 최종 수여자 선정에 이르기까지 철저히 비밀에 부치고, 엄격한 평가 잣대를 지켜온 최고 권위의 상인 것이다.

2012 ULG (리에주대학) 명예박사학위수여식

특히 평가 기준에 완벽히 부합하는 특출난 학자가 나올 때까지 절대 메달 수여를 고려하지 않는 높은 자존심은 윌리엄 프루드 메달을 전세계 조선해양공학자들이 꿈꾸는 최고의 명예로 자리 잡도록 만들었다.

이렇듯 가히 영국 해양력의 상징적 존재라 부를 만한 본 상을 데이비드 W. 테일러 메달의 주인공이자 동양인 학자인 백점기 교수가 연거푸 쟁취했으니, 의미와 시사점이 크다.

“非영국인 학자로서 최초로 윌리엄 프루드 메달을 받게 됐습니다. 데이비드 W. 테일러 메달에 이어 조선해양공학자가 꼽는 최고의 명예를 모두 성취하게 돼 대단히 감격스럽습니다. 애초에 상과 알량한 명예를 바라고 연구해왔다면 지금과 같은 성취를 이루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저 제 위치에서 미력하지만 우리 사회·국가 나아가 인류를 위해 조금이나마 공헌하겠다는 자세로 최선을 다해 연구에 집중한 점들을 영국왕립조선학회와 미국조선해양공학회 측에서 좋게 평가했으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앞으로도 기쁨에 취하지 않고 학자로서 계속하여 기여할 방안을 찾고 노력을 경주하겠습니다.”

2013 David W. Taylor Medal 수상 수락연설_2

백점기 교수는 올해 4월 30일 런던에서 열릴 예정인 영국왕립조선학회 연차총회에서 정식으로 윌리엄 프루드 메달을 받게 된다.

 

영국 왕립조선학회RINA, 백점기 상Jeom Kee Paik Prize 제정

영국 왕실아카데미 산하 영국왕립조선학회가 부산대학교 조선해양공학과 백점기 교수의 이름을 딴 학술상을 제정해 내년부터 시상에 들어간다. 영국 왕립조선학회는 지난해 10월 31일 상임이사회를 갖고 이 같이 발표했으며, 상의 이름은 백점기 상Jeom Kee Paik Prize으로 정했다.

세계 조선해양학계에 기여한 백 교수의 공적을 기리는데 의미가 있는 이 상은 학회의 국제저널에 선박 해양플랜트 설비 구조물 분야의 최우수 연구논문을 발표한 만 30세 이하의 젊은 연구자 1명을 매년 선정해 수여하기로 결정했다.

2014 MICE Ambassador (부산관광공사)_2

“영국왕립조선학회는 1860년에 설립되어 미국조선해양공학회와 함께 조선해양계에서 세계 최고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영국 왕실아카데미 산하 학술단체로 SCIE급 국제저널을 발간하고 있습니다. 본 학회에서 금년부터 젊은 과학자들의 연구를 독려하고 노고를 치하하는 의미에서 새로 학술상을 제정하게 된 것입니다. 학술적 성과로 상을 받는 것도 영광스런 일입니다만, 학자에게 있어서 본인의 이름을 딴 상이 제정되는 것은 더할 나위 없이 최고의 영광이지요.”

아울러 현재 영국왕립조선학회 이사회에 백점기 상의 대상을 만 30세 이하에서 만 35세로 상향조정하는 방향의 수정안이 계류 중이다. 대상군을 넓혀 가급적이면 더 우수한 과학기술자들을 발굴하기 위함이며 그만큼 학회에서도 백점기 상의 사회적 의미와 가치를 높이 평가하고 있는 것이다.

 

국내외 아우르는 활발한 학술교류 주도

백점기 교수는 1년 중 상당 기간을 해외에서 보낸다. 벌써부터 한 달간의 영국 체류를 준비 중인 그는 국제 학술교류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2014 RINA Bilateral Meeting

“영국 런던에 위치한 연구 중심의 공립 종합대학교인 영국 런던대학교University College London, UCL의 초청으로 한 달간 머무르며 특강, 공동연구등 국제교류 활동에 집중할 예정입니다. 지금까지 해왔듯, 1년에 1~2개월 정도는 런던을 비롯한 외국 대학교에서 활동하며 부산대학교와의 교류 계기를 마련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아울러 백점기 교수는 2017년 발간을 목표로 노르웨이 굴지의 에너지 기업 스타토일Statoil 소속 전문가와 공동으로 영문 교과서 집필에 열중하고 있다. 해양플랜트 설계 엔지니어링에 관한 내용이 큰 줄기를 구성하고 있다.

2013 David W. Taylor Medal 수상 수락연설_1

“연구의 궁극적 목표는 기술 개발을 통한 인류사회 공헌에 있습니다. 학자는 자신이 발표한 논문들이 학계와 산업계에 훌륭한 지식 인프라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지요. 연구실을 벗어나 소위 ‘현장’의 언어를 적극 받아들임으로써, 기업의 의사 결정권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논문과 교과서를 저술하는 것이야말로 공학자의 근본적 사명중의 하나입니다.”

또 백점기 교수는 경남 하동 갈사만 소재 해양플랜트 종합시험연구원에도 많은 애정을 쏟고 있다. 제1단계 공사가 마무리되어 올해 5월부터 본격적인 시험가동에 들어갈 본 연구원은 화재 시험동, 폭발충격 시험동, 대규모 구조파괴 시험동, Subsea 시험동, 중량물낙하 시험동, 설계 엔지니어링 및 연구지원동, 야외종합 시험장이 완공되었다.

또 2단계 사업으로 Subsea 통합 실증베드 구축사업이 지난해 말부터 진행 중에 있다. 현재 기본설계 작업을 수행중이며, 3년간에 걸친 공사 후 2017년에 완공될 예정이다.

“이제 1단계 공사가 마무리 단계에 있습니다. 2011년부터 2020년까지 총 1천억원 규모의 막대한 예산이 투입될 것이며, 중앙정부와 지자체에서 5할씩 예산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해양플랜트 종합시험연구원이 완성됨으로써 경남 하동 갈사만은 해양플랜트 연구 교육단지 중심, 거제는 생산단지 중심으로 국내 해양플랜트 산업의 메카로 발전해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2014 MICE Ambassador (부산관광공사)_1

백점기 교수가 하동 해양플랜트 종합시험연구원에 애착을 갖는 이유는 또 있다. 바로 이곳에 영국 애버딘대학교 대학원 분교 설립이 최종 합의됨에 따라, 석유 공학 및 해양플랜트 공학 석·박사급 고급 기술인재 및 전문경영인 석사 (MBA) 인력 양성과 함께 첨단설계 엔지니어링기술 공동연구개발의 토대가 구축됐기 때문이다.

영국 애버딘대학교 대학원 하동캠퍼스는 오는 2016년 9월 개교를 목표로 하고 있다. 영국 애버딘대학교는 1495년 (연산군 1년)에 설립된 영국 스코틀란드 최고의 대학으로 세계 최초의 MRI 기술 개발 공로의 노벨물리학상을 포함하여 5명의 노벨과학상 수상자를 배출하였고, 석유 천연가스 유전지로 유명한 북해지역 최고의 해양플랜트 산업도시인 애버딘에 위치하고 있다. 애버딘은 영국내 95%의 해양플랜트 기업체가 모여 있는 해양플랜트 산업 중심도시다.

“애버딘대학원 하동캠퍼스를 유치함으로써 한국은 크게 낙후된 해양플랜트 설계 엔지니어링 전문 인력 양성과 관련 첨단기술 연구 기반을 구축, 선진해양강국으로 도약할 발판을 하게 됐습니다. 앞으로 하동 해양플랜트 종합시험연구원이 가진 세계 최대 최고 규모의 시험 연구 설비를 연계 활용하여 국내외 우수 인재들을 교육하고 첨단기술을 연구개발해서 한국의 해양플랜트 설계 엔지니어링 기술 자립화는 물론 국제 조선해양플랜트 산업의 발전에도 크게 이바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일신 영달보다 사회·국가·인류 발전에 기여하는 학자

백점기 교수는 네 가구가 살고 있던 경남 사천의 작은 시골 청곡靑谷 마을에서 9남매 (4남 5녀) 중 막내로 태어났는데, 백 교수를 출산했더 당시 모친의 나이가 43세였다.

“제 고향 지명을 따와 아호로 삼았습니다. 초등학교를 1년 일찍 입학한 저는 부산대학교 조선공학과 학부 3학년 때 군대를 만기 제대하고 동기들보다 1년 일찍 대학을 졸업한 뒤 대기업 현대그룹의 중추 기업인 현대조선(현 현대중공업)에 취직했죠. 당시 유조선이나 살물운반선과 같은 설계가 비교적 쉬운 배의 기본설계 기술조차도 자립화 되지 않은 현실을 보고 대단히 실망했어요. 결국 현대조선을 과감히 사직하고 당시 세계 1위 조선강국인 일본으로 유학을 결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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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경대학을 비롯하여 입학 허가를 받은 여러 대학 중에서 당시 비선형구조역학 분야에서 세계적 명성을 떨치고 있던 우에다 유끼오 교수의 지도를 받기 위해 오사카대학교 대학원에 입학한다. 석·박사 전 과정에 걸쳐 입학금과 등록금 전액을 면제받은 장학생으로 피나는 노력을 경주한 결과, 만 29세에 공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다.

이 동안에 아내와 결혼, 1남 1녀의 자녀도 얻게 된다. 석사학위를 마친 후 미국 MIT에서 박사과정 입학 허가서를 받고 도미渡美를 준비하던 중 지도교수님의 만류로 오사카대에서 박사과정을 계속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연속성을 가진 연구를 지속할 수 있게 돼 자신의 이름이 붙은 이론을 정립하는 등 오히려 더 큰 학문적 성취를 이뤄내는 계기가 되었다.

2년간에 걸친 대전 선박연구소에서의 활동과 부산대 조선공학과 교수로 부임한 후 30대는 정말이지 숨 가쁘게 지나갔다. 연구자금을 얻기 어려운 1990년대 당시 자신의 월급을 털어가며 해외 학술대회에 적극 참여해 논문을 발표하고 해외 저명 학자들과 토론하고 교류했다. 그리고 이런 노력들이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앞만 보고 질주하던 백점기 교수는 문득 자신이 이토록 학문에 열중하는 이유를 자문했고, ‘세상을 조금이나마 이롭게 하는 학자가 돼야 겠다’는 답을 얻었다. 이때가 만 40세가 되던 해였다.

이처럼 순수했던 젊은 학자의 열정은 지금까지도 식을 줄 몰랐다. 자신의 연구가 실질적으로 학계와 산업계에 기여할 수 있기를 소망했고, 이는 국제무대에서의 활동 폭을 넓혀가는데 큰 원동력이 됐다. 그리고 결국 미해군 제독 데이비드 W. 테일러와 윌리엄 프루드 교수처럼 자신만의 연구 분야를 개척해 최고의 성취를 달성해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 지금까지의 성취에 만족하지 않고, 앞으로 학자로서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겠다며 각오를 새롭게 다진다. ‘일신의 영달보다 우리 이웃과 사회·국가 나아가 인류에 도움이 되는 연구’를 평생의 소신으로 삼아온 백점기 교수의 식지 않는 열정이 또 어떤 성과를 거두게 될지 기대된다.

이문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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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점기 교수

선박·해양플렌트 안전설계 연구 세계적 권위자

백점기 부산대학교 조선·해양공학과 교수 / 미국조선해양공학회·영국왕립조선학회 석학회원 / 미국조선해양공학회 부회장 / 영국왕립조선학회 상임이사

 

세계사의 흐름은 해양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그리스·로마에서부터 영국과 미국에 이르기까지 모든 강대국들은 강력한 해양력을 반석 삼아 번영을 누려왔다. 어디로든 열려있는 대양의 무한한 가능성은 해양세력들에게 강력한 성장동력을 제공해온 것이다. 또 지금에 이르러서는 세계 무역물동량의 대부분을 해상운송이 담당하면서, 선박은 글로벌 무역의 필수 수단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렇듯 선박은 가장 촉망받는 운송수단이 확실하나, 원시적 삭구를 갖췄던 갤리선부터 지금의 최첨단 LNG 선박에 이르기까지 승조원들의 가장 큰 두려움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이 있으니, 바로 침몰과 충돌 좌초 화재 폭발등의 사고 위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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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자유무역이 활성화되면서 해상운송의 중요성이 나날이 부각되는 현 시점에서 선박과 해양플랜트 안전에 대한 평생의 연구와 저술활동으로 세계 해양공학의 발전을 견인해온 백점기 부산대학교 조선·해양공학과 교수가 주목받고 있다. 미국조선해양공학회가 수여하는 ‘데이비드 테일러 메달(David W. Taylor Medal)’을 수상하면서 세계 최고의 권위자로 우뚝선 그를 찾아 수상 소감과 앞으로의 계획, 한국 조선해양산업의 미래에 대해 물었다.

 

데이비드 W. 테일러 메달(David W. Taylor Medal) 수상…‘非영미·유럽인으론 최초’

최근 백점기 교수는 데이비드 W. 테일러 메달 수상 소식으로 언론과 학계의 집중 조명을 받고 있다. ‘조선해양공학 분야의 노벨상’으로 크게 신뢰받고 있는 본 메달은 1935년 이 상이 제정된 이래 78년간 백점기 교수를 포함해 단 74명의 수상자만을 배출했을 뿐이다. 최고 수준의 연구실적은 물론이요, 세계적인 학술활동과 조직활동 여부도 중요한 평가척도로 삼고 있기에 더욱 누리기 힘든 조선해양공학자들의 최고 영예이다. 백점기 교수는 이러한 괄목할 성과를 거둔 것에 대해 담담하게 소회를 밝혔다.

“최근에 특출난 연구 성과를 보였기 때문에 데이비드 W. 테일러 메달을 받게 된 것은 아닙니다. 그저 지금까지 세계의 선박 해양플랜트 안전을 도모하고자, 연구와 노력을 거듭했던 것들을 미국조선해양공학회로부터 인정받은 것뿐이죠. 미국조선해양공학회는 학술적 성과 뿐 아니라,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며 조선해양공학 발전에 큰 기여를 한 인물에게 메달을 수여해왔습니다. 보통 학자는 자신의 연구에 몰두하기 마련이기에, 본 메달을 수여받기가 대단히 어려운 것이지요.”

그런 이유에서일까. 데이비드 W. 테일러 메달은 78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으나, 데이비드 제독 본인이 수여한 제 1회를 제외하면 오직 73명에게만 영광이 허락됐다. 미국조선해양공학회 측이 평가하기에 조건에 충족되는 후보가 없다면 과감히 다음 년도를 기약하기 때문이다. 이렇듯 본 메달은 미국조선해양공학회의 높은 자존심의 상징물이기도 하기에, 그간 수상자들은 언제나 대표적 해양세력인 영·미권이나 유럽의 전통적 해양강국의 석학들이 독점해왔다.

“비 영미·유럽권에선 최초로 제가 수여받았습니다. 물론 일본과 호주 등 해양에서 큰 영향력을 과시해온 전통적 해양강국의 교수들도 최고 수준의 연구 실적을 발표하고 있습니다만, 미국조선해양공학회와 영국왕립조선학회에서 저 나름 열심히 활동하고 있다는 점이 크게 인정받은 듯합니다.”

현재 백점기 교수는 미국조선해양공학회에서 국제업무 담당 부회장직과 영국왕립조선학회의 상임이사직도 겸하면서 세계 석학들의 학술교류무대를 조직하는 등, 열정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저는 학회의 부회장이자 상임위 집행이사로 그간 활동해왔기에 회원들과 친구처럼 아주 가깝게 지내왔습니다. 심지어 학회 내부에서는 메달수여 수락연설을 하기 전까지 제가 비영미·유럽권으로 최초의 수상자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 정도로 그들과 친숙하게 함께 호흡해왔다는 것이겠죠. 오히려 국내 언론과 학계에서 많이 주목해주고 계십니다(웃음).”

메달을 수여받던 당시의 기억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백 교수는 수락연설 당시를 회상하며 미소했다.

“늦은 저녁 시간이었어요. 다들 피곤함에 지치고, 다음날 일정을 준비도 해야 할 시간이었죠. 눈꺼풀이 무거워진 회원들을 앞에 두고 어찌 15분의 긴 연설을 할 수 있겠습니까. ‘치마와 연설은 짧을수록 좋다’는 링컨의 농담을 던지며 회원들과 함께 웃으며 짧게 이런저런 소감을 말하고 내려왔지요.”

학자로서의 뜨거운 연구 열정과 냉철함은 물론이요, 뛰어난 사교력도 갖춘 백점기 교수의 진 면목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부산지역 대학 최초로 경암학술상 수상…“앞으로 본연의 역할에 충실할 것”

백점기 교수에게 2013년은 기억에 남을 최고의 해다. 무려 9개의 상과 명예를 받으며 그간 쏟아온 헌신과 노력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특히 부산 울산 경남 지역 인사로서 최초로 경암학술상을 수여받아 기쁨을 더하고 있다. 금번 경암교육문화재단은 선박 안전 설계를 위한 비선형구조역학 분야의 전문가로서 연구·개발 및 산업 상용화에 큰 역할을 한 것을 인정해 제 9회 공학부문 수상자로 백점기 교수를 선정한 바 있다.

물론 그에게 상과 명예는 큰 의미를 갖지 않는다. 그저 자신의 연구 실적이 유용하게 쓰이고, 각국의 해양 안전에 기여할 수 있었다는 증거이기에 학자로서 기쁘고 영광스러울 뿐이다.

“데이비드 W. 테일러 메달과 경암학술상, 미국기계공학회와 왕립조선학회 최우수 논문상, 하동 명예 군민 등 국내외로부터 인정받아 항상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특히 경암학술상은 동남권 인사로는 처음으로 받은 것이기에 큰 의미가 있습니다.”

아울러 백점기 교수는 현재 화재폭발안전포럼 이사장으로 활동하면서 ‘화학공장, 발전설비, 해양플랜트, 선박, 고층빌딩등이 화재와 폭발에 노출될 경우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이를 예방할 방법은 무엇인지’를 주제로 국내 최고 전문가들과 원인을 분석하고 안전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언제나 개인적인 연구보다 지식을 모으고 연구 성과들을 공유하는 계기를 마련하길 추구하는 그는, 화재폭발안전포럼 활동을 통해 해상화재와 폭발, 더 나아가 육상의 화학 공장과 발전소의 안전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고 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안전 대책 마련에 국내 전문가들이 동참하도록 많은 노력을 쏟고 있다.

“개인의 영달을 추구하기보다 나의 역량과 능력을 바쳐 우리 사회와 국가 나아가서 인류에 기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해양사고를 막기 위해 연구를 시작했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입니다. 학자를 포함해, 사회의 모든 구성원들이 주변을 행복하게 하고 국가를 발전시키겠다는 각오로 본업에 충실 한다면, 개인적 발전은 물론이요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입니다. 항상 제자들에게도 같은 취지의 조언을 하곤 합니다. 개인의 성공이 아니라 사회와 국가의 발전을 이끌 인재로 거듭나길 바라기 때문이지요.”

 

STX조선해양 구조조정 돌입… 한국해양산업의 미래는?

세계 최대 컨테이너 선사인 덴마크의 머스크라인은 9월 26일(현지시간) “전 세계 무역경기가 바닥을 치고 올라갔으며 글로벌 컨테이너 운송 수요는 오는 2015년까지 연간 4~6%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으며, 해운업 경기의 척도이자 경제성장의 선행지수로 통하는 발틱운임지수(BDI)도 올해 들어 2배 이상 뛰어오르고 있어, 심각한 글로벌 경제불황에도 불구, 해양운송의 중요성은 매년 증가하고 있는 추세로 분석되고 있다.

그러나 국내 굴지의 조선기업들의 분위기는 어둡기만 하다. STX조선해양의 경우, 임원에 이어 일반 직원에 까지 구조조정의 칼바람을 맞고 있는 상황. 급변하는 세계경제의 틈바구니 속에서 맥없이 추락해가는 대기업의 현재 모습이다.

이에 백점기 교수는 “큰 안목에서 바라볼 때, 조선산업의 위상은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며 긍정적인 의견을 제시했다.

“저는 기업을 4~1류, 세계초일류 등 다섯 등급으로 나눠봤습니다. 모두들 초일류가 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단순한 열심’이 아닌, ‘어떻게 열심히 할 것인가’이죠. 두터운 협력 파트너와 멘토들을 확보하고 초일류를 향해 한마음 한뜻으로 뛰어야 합니다. 다행히 우리 조선해양산업은 고부가가치 선박과 해양플랜트가 주력입니다. 바로 이 점에서 희망을 엿볼 수 있지요. 현재 지구는 에너지원으로서 화석연료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죠. 20~30년 후에도 이러한 상황은 바뀌지 않을 것입니다. 지금 세계 각국은 석유와 천연가스를 개발하기 위해 심해로 진출해나가고 있기에 해양플랜트 시장의 비전은 기대해볼만 합니다. 또한 나날이 늘어나는 국제무역물동량을 감당하기 위해선 컨테이너 선박과 각종 고부가가치 선박들에 대한 수요는 끊이지 않을 것입니다.”

이어 그는 STX조선해양 등 국내 조선 기업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는 이유에 대해 말을 이었다.

“저는 STX조선해양이 위기를 맞이한 이유를 세계적 경기 불황이 아닌, 다른 곳에서 찾습니다. 바로 선물시장의 투기꾼들 때문이죠. 컨테이너선박의 경우 발주를 내도 선박 인도까지 4년이나 기다려야하기 때문에 투기의 여지가 개입하기 쉽습니다. 조선시장은 성장할 수밖에 없는 산업입니다. 지금은 투기세력에 의해 혼란을 겪고 있지만, 인프라, 인재, 기술, 미래비전 등 4대 요소를 골고루 갖추고, 특히 기술과 인재 부문에서 강한 면모를 보이는 한국 조선기업들이 이 부분에 주력해 투자한다면 어려운 상황을 빠르게 극복하고 다시금 도약할 수 있을 것입니다.”

백점기 교수는 내년에는 국내?외적으로 활동범위를 넓히는 한편, 연구에 더욱 충실히 임할 각오를 밝히며 인터뷰를 마무리 했다. 한국은 물론이요, 세계 조선해양공학 발전에 기념비적 업적을 남긴 백점기 교수. 연구와 국제 교류활동에는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임하지만, 이에 대한 세계 학계의 주목과 칭찬의 목소리에 대해선 담백한 자세를 잃지 않는 그의 진실한 모습에서 더 큰 발전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다. 백점기 교수와 그가 이끄는 부산대학교 선박해양플랜트기술연구원의 꾸준한 도약을 기대하며 응원을 보낸다.

이문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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