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점기 교수

선박·해양플렌트 안전설계 연구 세계적 권위자

백점기 부산대학교 조선·해양공학과 교수 / 미국조선해양공학회·영국왕립조선학회 석학회원 / 미국조선해양공학회 부회장 / 영국왕립조선학회 상임이사

 

세계사의 흐름은 해양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그리스·로마에서부터 영국과 미국에 이르기까지 모든 강대국들은 강력한 해양력을 반석 삼아 번영을 누려왔다. 어디로든 열려있는 대양의 무한한 가능성은 해양세력들에게 강력한 성장동력을 제공해온 것이다. 또 지금에 이르러서는 세계 무역물동량의 대부분을 해상운송이 담당하면서, 선박은 글로벌 무역의 필수 수단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렇듯 선박은 가장 촉망받는 운송수단이 확실하나, 원시적 삭구를 갖췄던 갤리선부터 지금의 최첨단 LNG 선박에 이르기까지 승조원들의 가장 큰 두려움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이 있으니, 바로 침몰과 충돌 좌초 화재 폭발등의 사고 위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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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자유무역이 활성화되면서 해상운송의 중요성이 나날이 부각되는 현 시점에서 선박과 해양플랜트 안전에 대한 평생의 연구와 저술활동으로 세계 해양공학의 발전을 견인해온 백점기 부산대학교 조선·해양공학과 교수가 주목받고 있다. 미국조선해양공학회가 수여하는 ‘데이비드 테일러 메달(David W. Taylor Medal)’을 수상하면서 세계 최고의 권위자로 우뚝선 그를 찾아 수상 소감과 앞으로의 계획, 한국 조선해양산업의 미래에 대해 물었다.

 

데이비드 W. 테일러 메달(David W. Taylor Medal) 수상…‘非영미·유럽인으론 최초’

최근 백점기 교수는 데이비드 W. 테일러 메달 수상 소식으로 언론과 학계의 집중 조명을 받고 있다. ‘조선해양공학 분야의 노벨상’으로 크게 신뢰받고 있는 본 메달은 1935년 이 상이 제정된 이래 78년간 백점기 교수를 포함해 단 74명의 수상자만을 배출했을 뿐이다. 최고 수준의 연구실적은 물론이요, 세계적인 학술활동과 조직활동 여부도 중요한 평가척도로 삼고 있기에 더욱 누리기 힘든 조선해양공학자들의 최고 영예이다. 백점기 교수는 이러한 괄목할 성과를 거둔 것에 대해 담담하게 소회를 밝혔다.

“최근에 특출난 연구 성과를 보였기 때문에 데이비드 W. 테일러 메달을 받게 된 것은 아닙니다. 그저 지금까지 세계의 선박 해양플랜트 안전을 도모하고자, 연구와 노력을 거듭했던 것들을 미국조선해양공학회로부터 인정받은 것뿐이죠. 미국조선해양공학회는 학술적 성과 뿐 아니라,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며 조선해양공학 발전에 큰 기여를 한 인물에게 메달을 수여해왔습니다. 보통 학자는 자신의 연구에 몰두하기 마련이기에, 본 메달을 수여받기가 대단히 어려운 것이지요.”

그런 이유에서일까. 데이비드 W. 테일러 메달은 78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으나, 데이비드 제독 본인이 수여한 제 1회를 제외하면 오직 73명에게만 영광이 허락됐다. 미국조선해양공학회 측이 평가하기에 조건에 충족되는 후보가 없다면 과감히 다음 년도를 기약하기 때문이다. 이렇듯 본 메달은 미국조선해양공학회의 높은 자존심의 상징물이기도 하기에, 그간 수상자들은 언제나 대표적 해양세력인 영·미권이나 유럽의 전통적 해양강국의 석학들이 독점해왔다.

“비 영미·유럽권에선 최초로 제가 수여받았습니다. 물론 일본과 호주 등 해양에서 큰 영향력을 과시해온 전통적 해양강국의 교수들도 최고 수준의 연구 실적을 발표하고 있습니다만, 미국조선해양공학회와 영국왕립조선학회에서 저 나름 열심히 활동하고 있다는 점이 크게 인정받은 듯합니다.”

현재 백점기 교수는 미국조선해양공학회에서 국제업무 담당 부회장직과 영국왕립조선학회의 상임이사직도 겸하면서 세계 석학들의 학술교류무대를 조직하는 등, 열정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저는 학회의 부회장이자 상임위 집행이사로 그간 활동해왔기에 회원들과 친구처럼 아주 가깝게 지내왔습니다. 심지어 학회 내부에서는 메달수여 수락연설을 하기 전까지 제가 비영미·유럽권으로 최초의 수상자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 정도로 그들과 친숙하게 함께 호흡해왔다는 것이겠죠. 오히려 국내 언론과 학계에서 많이 주목해주고 계십니다(웃음).”

메달을 수여받던 당시의 기억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백 교수는 수락연설 당시를 회상하며 미소했다.

“늦은 저녁 시간이었어요. 다들 피곤함에 지치고, 다음날 일정을 준비도 해야 할 시간이었죠. 눈꺼풀이 무거워진 회원들을 앞에 두고 어찌 15분의 긴 연설을 할 수 있겠습니까. ‘치마와 연설은 짧을수록 좋다’는 링컨의 농담을 던지며 회원들과 함께 웃으며 짧게 이런저런 소감을 말하고 내려왔지요.”

학자로서의 뜨거운 연구 열정과 냉철함은 물론이요, 뛰어난 사교력도 갖춘 백점기 교수의 진 면목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부산지역 대학 최초로 경암학술상 수상…“앞으로 본연의 역할에 충실할 것”

백점기 교수에게 2013년은 기억에 남을 최고의 해다. 무려 9개의 상과 명예를 받으며 그간 쏟아온 헌신과 노력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특히 부산 울산 경남 지역 인사로서 최초로 경암학술상을 수여받아 기쁨을 더하고 있다. 금번 경암교육문화재단은 선박 안전 설계를 위한 비선형구조역학 분야의 전문가로서 연구·개발 및 산업 상용화에 큰 역할을 한 것을 인정해 제 9회 공학부문 수상자로 백점기 교수를 선정한 바 있다.

물론 그에게 상과 명예는 큰 의미를 갖지 않는다. 그저 자신의 연구 실적이 유용하게 쓰이고, 각국의 해양 안전에 기여할 수 있었다는 증거이기에 학자로서 기쁘고 영광스러울 뿐이다.

“데이비드 W. 테일러 메달과 경암학술상, 미국기계공학회와 왕립조선학회 최우수 논문상, 하동 명예 군민 등 국내외로부터 인정받아 항상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특히 경암학술상은 동남권 인사로는 처음으로 받은 것이기에 큰 의미가 있습니다.”

아울러 백점기 교수는 현재 화재폭발안전포럼 이사장으로 활동하면서 ‘화학공장, 발전설비, 해양플랜트, 선박, 고층빌딩등이 화재와 폭발에 노출될 경우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이를 예방할 방법은 무엇인지’를 주제로 국내 최고 전문가들과 원인을 분석하고 안전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언제나 개인적인 연구보다 지식을 모으고 연구 성과들을 공유하는 계기를 마련하길 추구하는 그는, 화재폭발안전포럼 활동을 통해 해상화재와 폭발, 더 나아가 육상의 화학 공장과 발전소의 안전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고 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안전 대책 마련에 국내 전문가들이 동참하도록 많은 노력을 쏟고 있다.

“개인의 영달을 추구하기보다 나의 역량과 능력을 바쳐 우리 사회와 국가 나아가서 인류에 기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해양사고를 막기 위해 연구를 시작했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입니다. 학자를 포함해, 사회의 모든 구성원들이 주변을 행복하게 하고 국가를 발전시키겠다는 각오로 본업에 충실 한다면, 개인적 발전은 물론이요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입니다. 항상 제자들에게도 같은 취지의 조언을 하곤 합니다. 개인의 성공이 아니라 사회와 국가의 발전을 이끌 인재로 거듭나길 바라기 때문이지요.”

 

STX조선해양 구조조정 돌입… 한국해양산업의 미래는?

세계 최대 컨테이너 선사인 덴마크의 머스크라인은 9월 26일(현지시간) “전 세계 무역경기가 바닥을 치고 올라갔으며 글로벌 컨테이너 운송 수요는 오는 2015년까지 연간 4~6%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으며, 해운업 경기의 척도이자 경제성장의 선행지수로 통하는 발틱운임지수(BDI)도 올해 들어 2배 이상 뛰어오르고 있어, 심각한 글로벌 경제불황에도 불구, 해양운송의 중요성은 매년 증가하고 있는 추세로 분석되고 있다.

그러나 국내 굴지의 조선기업들의 분위기는 어둡기만 하다. STX조선해양의 경우, 임원에 이어 일반 직원에 까지 구조조정의 칼바람을 맞고 있는 상황. 급변하는 세계경제의 틈바구니 속에서 맥없이 추락해가는 대기업의 현재 모습이다.

이에 백점기 교수는 “큰 안목에서 바라볼 때, 조선산업의 위상은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며 긍정적인 의견을 제시했다.

“저는 기업을 4~1류, 세계초일류 등 다섯 등급으로 나눠봤습니다. 모두들 초일류가 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단순한 열심’이 아닌, ‘어떻게 열심히 할 것인가’이죠. 두터운 협력 파트너와 멘토들을 확보하고 초일류를 향해 한마음 한뜻으로 뛰어야 합니다. 다행히 우리 조선해양산업은 고부가가치 선박과 해양플랜트가 주력입니다. 바로 이 점에서 희망을 엿볼 수 있지요. 현재 지구는 에너지원으로서 화석연료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죠. 20~30년 후에도 이러한 상황은 바뀌지 않을 것입니다. 지금 세계 각국은 석유와 천연가스를 개발하기 위해 심해로 진출해나가고 있기에 해양플랜트 시장의 비전은 기대해볼만 합니다. 또한 나날이 늘어나는 국제무역물동량을 감당하기 위해선 컨테이너 선박과 각종 고부가가치 선박들에 대한 수요는 끊이지 않을 것입니다.”

이어 그는 STX조선해양 등 국내 조선 기업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는 이유에 대해 말을 이었다.

“저는 STX조선해양이 위기를 맞이한 이유를 세계적 경기 불황이 아닌, 다른 곳에서 찾습니다. 바로 선물시장의 투기꾼들 때문이죠. 컨테이너선박의 경우 발주를 내도 선박 인도까지 4년이나 기다려야하기 때문에 투기의 여지가 개입하기 쉽습니다. 조선시장은 성장할 수밖에 없는 산업입니다. 지금은 투기세력에 의해 혼란을 겪고 있지만, 인프라, 인재, 기술, 미래비전 등 4대 요소를 골고루 갖추고, 특히 기술과 인재 부문에서 강한 면모를 보이는 한국 조선기업들이 이 부분에 주력해 투자한다면 어려운 상황을 빠르게 극복하고 다시금 도약할 수 있을 것입니다.”

백점기 교수는 내년에는 국내?외적으로 활동범위를 넓히는 한편, 연구에 더욱 충실히 임할 각오를 밝히며 인터뷰를 마무리 했다. 한국은 물론이요, 세계 조선해양공학 발전에 기념비적 업적을 남긴 백점기 교수. 연구와 국제 교류활동에는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임하지만, 이에 대한 세계 학계의 주목과 칭찬의 목소리에 대해선 담백한 자세를 잃지 않는 그의 진실한 모습에서 더 큰 발전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다. 백점기 교수와 그가 이끄는 부산대학교 선박해양플랜트기술연구원의 꾸준한 도약을 기대하며 응원을 보낸다.

이문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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